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능있는 왼손 투수는 발굴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혜천(30. 야쿠르트)의 일본 진출로 인해 좌완 선발 및 계투진에 공백이 생긴 두산 베어스가 '좌완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11시즌 동안 통산 53승 40패 6세이브 56홀드 평균 자책점 4.16을 기록한 이혜천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제 구위를 뽐낸 덕분에 일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반대로 두산은 오랜 기간 동안 선발, 계투를 오가며 활약한 좌완 투수의 이적으로 인해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일본 미야자키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김경문 감독은 "내야수 요원이 많은 만큼 이들을 경쟁시킨 연후에 시장 현황 등을 지켜본 뒤 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두산만이 아닌 다른 팀에도 왼손 투수는 꼭 필요한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두산이 원하는 카드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금민철-진야곱>

지난 11일 전지훈련을 떠난 투수 21명 중 왼손 투수는 4명이다. 지난해 1군서 출장 경험을 갖춘 금민철(23)과 진야곱(20) 외에도 자주 투구폼을 수정해왔던 신고 선수 출신 원용묵(23)과 신인 유희관(23)이다. 이들은 각자 독특한 자기만의 무기를 갖추고 있어 허투루 보기 힘든 투수들이다.

지난해 44경기에 출장해 2승 무패 3홀드 평균 자책점 2.28을 기록한 금민철은 직구가 컷 패스트볼 형태로 꺾이는 특이한 투수다. 직구 구속이 이전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것이 흠이지만 마운드 가장자리서 특유의 투구폼으로 던지는 커브의 각도 뛰어나다. 다만 제구가 대체로 높아 승부처에서 기용하기가 다소 꺼려진다. 지난 시즌 이기는 경기서 자주 출장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다.

성남고 시절 이미 150km 이상의 직구를 구사했던 2년 차 진야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시즌 2승 1홀드 평균 자책점 4.45의 성적을 올렸던 진야곱은 기대만큼의 빠른 직구를 선보이지는 못했으나 역동적인 투구폼과 강한 어깨가 어우러져 체감 속도에서 더욱 빠른 효과를 낳았다. 직구, 슬라이더 외에 확실한 무기가 없다는 것과 주자 출루 시 투구폼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은 흠이지만 이제 겨우 2년차에 접어든 선수인 만큼 김 감독은 그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원용묵과 유희관도 주목할 만 하다. 2005년 청원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던 원용묵은 그동안 자주 투구폼에 수정을 가하며 제구력을 잡는 데 노력을 기울였던 선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될 때까지만 해도 불펜에서 스리쿼터 형 투구폼을 보여줬던 원용묵은 시즌 후 다시 오버핸드로 팔 각도를 높였다.

원용묵의 장점은 최고 149km에 달하는 직구 외에도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떨어지는 커브에 있다. 이전까지 다소 격렬한 투구폼으로 인해 제구가 불안정했던 원용묵은 겨우내 거의 매일 잠실 구장을 찾으며 훈련에 열중, 제구력이 이전보다 많이 향상되었다는 후문이다.

중앙대 3년 시절이던 2007년 7승 2패 평균 자책점 1.72를 기록하며 또래에 비해 월등한 수싸움 능력을 발휘한 유희관도 눈여겨 봐야 한다. 신인으로는 1차 지명 성영훈(19), 발 빠른 외야수 정수빈(19)과 함께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선택받은 신인' 유희관은 2007년 대만 야구 월드컵과 지난해 세계 대학 야구 선수권서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난해 4월 베이징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1차 엔트리에도 포함된 바 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30km대 초반에 그쳐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수싸움 능력이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의 한 구단 관계자는 "훈련도 열심히 하는 동시에 성격도 재미난 친구다. 승부 근성도 갖추고 있고 바깥쪽 공을 구사하다가 갑자기 안쪽 직구를 던지는 등 '능구렁이' 같은 노련함도 지니고 있어 앞으로 기대할 만 하다"라고 귀띔했다.

스리쿼터 투구폼에서 150km에 달하는 직구를 구사한 이혜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두산이 현재 보유 중인 좌완 또한 전혀 1군에서 쓸 수 없는 선수들은 아니다. 트레이드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실전에 즉시 투입 할 만한 걸출한 좌완을 영입하려면 반대 급부로 내주는 선수들의 출혈도 엄청난 만큼 선수들의 능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현재 트레이드를 최고의 선택으로 보기는 힘들다.

두산은 그동안 팬들이 예상치 못했던 선수들을 발굴한 뒤 팀의 주축으로 우뚝 세웠던 팀이다. 세대 교체와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는 흔치 않은 모습을 보여왔던 김 감독이 2009시즌 개막 전 또 하나의 '비밀 병기'를 발견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두산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글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www.doosanbea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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