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TV프로에서 김구라가 구라를 영어로 beautiful mouth라고 외국인에게 알려주는 것을 듣고 한참 웃은 적이 있다.

구라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흔히 구라가 세다거나 하는 말로 말발이 좋고 달변인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구라'라는 말은 원래 나쁜 말이었지만 김구라 등장 이전에는 뭔가 말발이 세고 달변인 사람처럼 약간 좋은 의미도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김구라의 등장으로 인하여 '구라'라는 말은 그 본래의 의미인 거짓말에 더하여 탐욕스럽고 온갖 독설로 무장한 구리구리한 아저씨를 일컫는 고유명사화 되고 있다.

내가 처음 김구라를 TV에서 접했을 때 정말 쑈킹했다. 지금이야 사람의 이름이 구라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당시에는 구라라는 이름 자체가 쑈킹 그 자체였다. 그리고 전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그 욕설은 정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할 정도로 놀라음의 극치를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 결과 나는 김구라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 반감은 점차 혐오스러움으로 번져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김구라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김구라의 독설에 내가 통쾌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 나는 김구라의 팬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김구라의 뻔들거리는 이마 한켠에 깊게 패인 시름의 주름살을 보았던 것이다. 김구라는 가족을 위하여 험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독설을 퍼 부으며 약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이다. 우리 모두가 남에게 스스로를 얕잡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힘이 센척, 실력이 뛰어난 척, 약간의 구라를 치는 것처럼 김구라 자신도 방송에서 구라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김구라도 나와 다를것이 없는 힘없는 가장이고, 먹고 살기 위하여 남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계속 방송에서 막말과 구라로 일관하여야 했을 것이다.

단지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업무능력이 뚜어난 것인양 포장하고, 허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약간의 구라를 서슴지 않듯이 김구라

도 그랬던 것이다. 유재석, 강호동이 온갖 몸짓과 행동으로 그리고 특유의 달변으로 세상에 대하여 표현할 때 김구라는 독설이 섞인 구라로 세상을 향하여 자신의 소리를 질러 댔던 것이다.

나는 느낄 수 있다. 김구라의 깊게 패인 한줄 주름살에서 나보다 더 깊은 인생의 아픔과 세상에 대한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안다. 김구라의 번들거리는 느끼한 웃음에서 그가 얼마나 몸서리치게도 가족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지를 안다.

모두가 다 김구라를 욕해도 이래서 나는 김구라를 미워할 수 없고, 김구라의 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김구라는 Beautiful mouth 다.

<사진은 네이버 인물정보와 김구라 블로그에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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