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고수를 꿈꾸는 것은 비단 나 뿐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한번쯤은 꿈꾸어 왔던 일일 것이다. 특히나 공상에 공상을 거듭하며 거의 망상에 가까운 수준의 잡념이 많은 나로서는 이 무림 고수라는 것이 너무나도 이루고 싶은 소망이었던 것이다.


물론 슈퍼맨이나 배트맨 등 초인적인 영웅을 꿈꿔 보기도 했지만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관계로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전호흡을 통하여 공중부양이 가능하다던지 하는 말에 혹해 단전호흡같은 것도 여러번 경험해 보기도 했다.

어쨋든 어릴때부터 나는 중국 무술영화를 유난히 좋아했다. 물론 어느 누구나와 같이 나의 영웅은 이소룡과 성룡이다. 무술영화를 너무 많이 보면 볼 수록 무술에 대한 열망은 갚어 갔고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장을 다니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 무술을 배우기 전에는 태권도장만 다니면 나도 중국 무술영화의 이소룡과 성룔처럼 멋진 무술을 구사하고 열심히 수련만 하면 경공술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태권도를 조금 배워보니 수련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었다. 다리를 찢고, 품세에 겨루기 까지, 지금은 태권도장의 수련이 힘들지 않은 놀이 위주지만 과거 오래전에는 태권도장들이 그야말로 실전 무술태권도를 표방하고 실력만으로 수련생들을 모으던 때였으므로 그 수련의 강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많은 무술영화를 섭렵하여 무술의 수련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고수가 되기 위하여는 이러한 수련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감수하고 수련을 시작한 철없는 나에게도 정말 힘든 수련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나머지 나는 유단자가 되었고 수련의 기간 및 단에 의하여 선후배가 결정되는 도장에서 나는 상당히 대접을 받게 되었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실력도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수련생활이 지금까지 계속 되었다면 나는 정말 무림고수가 되어 지금 우리나라 태권도계의 확 획을 그을 만큼의 태권도계의 원로가 되어 여전히 수련에 정진하고 있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체육관 옆에 현대식 태권도장이 들어서고 새로운 태권도장이 무슨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으로 무장을 하면서 우리 도장의 아이들은 하나씩 새로운 태권도장으로 옮겼고 급기야 무술에 대한 열정만이 있을 뿐 경영 마인드가 없던 우리 태권도장의 관장님은 도장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고민을 했던 것이 새로운 도장으로 옮겨서 무술을 계속 수련할지에 대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나는 도장을 옮기지 않았다. 기억하기로는 당시의 나는 두 사부를 섬기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실제로 이전에 도장을 옮긴 아이들에게 배신자라고 까지 하면서 그 애들을 괴롭히던 내가 그놈들과 같은 행동을 하기도 싫었기 때문에 나는 운동을 그만 두었고 이것이 내가 현재 무림고수가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에 나는 어느 아이처럼 중학교에 진학하였고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는데 바로 내가 진학한 고등학교의 교기가 바로 태권도였던 것이다. 잊혀졌던 무림고수의 꿈이 되살아난 운명적인 일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체육시간마다 아이들의 태권도 사범 노릇도 종종 하며 무술도 익히고 이때 승단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다가오는 대입시험 그리고 죄절 또 어찌어찌하여 대학에 가고 지금까지 흘러오다 보니 무술은 커녕 그 흔한 걷기 운동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정녕 저 사람이 무림고수를 꿈꾸며 수련에 열중하던 사람이 맞는지 궁금항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무림 고수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아직 무술에 대한 열정이 있고 또한 내가 무술을 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소룡은 이 세상에 없고, 성룡은 노쇠했으며, 이연걸은 너무 나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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