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실 야구장은 축제의 장이었을지는 모르나 그다지 유쾌한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모두의 축제가 되어야 할 자리가 일부의 축제로 변모된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야구 시작 시간은 6시이고 이보다 1시간 정도 이른 5시쯤 야구장에 도착했으나 내야쪽의 자리에는 앉을 수 없었습니다. 자리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빈 자리마다 자리 있다는 인쇄물을 붙여 놓고 다른 사람이 앉지 못하도록 맟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1~2개 자리 정도 자신의 짐을 올려놓고 자리를 맡아주는 광경이 대부분이었고 이 정도는 충분히 애교로 봐 줄수 있었는데, 요즘은 자리를 맡아주는 것이 끈이나 테잎으로 좌석을 두르기도 하고 종이에 자리 있다고 써서 붙이고 심지어는 무슨회사 지정 응원석이라는 문구를 써 놓기도 합니다. 일반석 입장권을 지정석으로 만들어 버리는 분들의 아이디어가 놀라울 다름입니다.
하여튼 어쩔 수 없이, 축제의 기분을 망칠수도 없고, 분란을 일으키기도 싫어서 외야로 발걸음을 돌려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광판도 아예 볼 수 없고, 춥고, 경기도 잘 안보이고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제는 범법행위까지 자행됩니다.
사람이 많고 혼란스러운 틈을 이용하여 일부 인사들이 담배를 피는 것입니다. 경기장 내에서의 흡연은 엄연히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군중심리인지 하나 하나 피워문 담배가 아예 뿌연 연기로 뚤린 천장을 메우려고까지 합니다.
게다가 사람이 다니는 좌석 맨 뒤 통로에는 사람들의 통행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통로를 꽉 막으면서 자리를 깔고 술판이 벌어져 있습니다. 얼굴이 벌게져서 담배까지 피워물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잘 못하거나 상대방 선수의 호수비가 이어지면 가차없이 욕설을 날립니다.
제 옆에 앉은 어린 초등학생은 자기가 두산의 광팬이며 내년에는 아버지가 두산베어스 어린이 회원에 가입시켜 준다고 약속을 했다고 저에게 연신 자랑을 합니다. 이 어린이는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어린이 입니다.
이런 어린이들이 자리를 맡아주는 어른들 때문에 일찍 야구장에 와서도 외야로 쫒겨나고 술, 담배, 욕설이 난무하는 야구장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오늘도 저는 야구장에 가지만 이런 추한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야구장은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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