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맞이한 사람들이 흔히 마주하는 충격 중 하나는 바로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의 변화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회사가 절반의 보험료를 부담해 부담이 크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퇴직 후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집, 자동차 같은 재산에도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는 점은 많은 퇴직자들에게 큰 혼란과 좌절을 안겨줍니다.
서울에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매달 20만 원에서 30만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생계를 이어가면서 경조사비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여러 퇴직자들에게 상당히 큰 금액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아껴 모은 재산이 새어나가는 상황에서, 심지어는 건강을 위해 병원을 거의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왜 재산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가
현재 대한민국의 건강보험료는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에도 부과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일본 역시 과거 우리나라처럼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퇴직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정책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재산을 건보료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면서, 소위 ‘은퇴자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 변화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 때문입니다. 의료비 상승과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건강보험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지역 가입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퇴직자들의 심정은 복잡합니다. “건강보험 적자를 방지하기 위해 왜 오롯이 개인이 희생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 과잉 진료와 비효율적 시스템
퇴직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이 누수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약 28% 증가했습니다.
증가 요인을 살펴보면 진료비 단가 상승이 76.7%로 전체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진료 횟수 증가와 고령화 등 다른 요인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외래 진료의 증가와 진료 서비스 고급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동네 병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비 증가는 꾸준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암 치료와 같은 고비용 질환 중심의 외래 진료 증가는 물론, 고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경향도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한 이유
KDI의 보고서는 현재 건강보험의 행위별 수가제도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행위별 수가제란 의료 서비스 항목별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이 진료량을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과잉 진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역 주민의 질병 예방 및 관리에 초점을 맞춘 1차 의료 강화와 성과 기반 보상 제도 도입 등으로 시스템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 서비스와 과잉 진료를 통제해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곳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합니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사무장병원이나 약국 난립 문제, 외국인 건강보험 악용 등의 부작용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는 낮은 수가 정책으로 인해 소외받고, 비용 대비 과잉 진료 상태는 방치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퇴직자 건보료, 더 큰 논의가 필요한 시점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자들에게만 그 부담이 전가되는 현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더욱 깊어져야 합니다.
많은 퇴직자들은 오랫동안 고생하며 마련한 집 한 채로 인해 매달 부담스러운 보험료를 내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재산에 대한 불합리한 부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우리와 다른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채택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지역 가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야 할 때입니다.
일본처럼 재산 비중을 줄이고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거나, 보험료 산정 방식을 완화하는 방향의 논의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은 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퇴직 후 갑자기 터져 나오는 ‘건보료 폭탄’은 퇴직자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과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부담 문제를 넘어서, 건강보험 제도 전반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의료 서비스의 공급과 소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잉 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해결하는 한편, 지역 가입자들의 부당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모두에게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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